멕시코가 115년 만에 자국 기술로 개발한 첫 완전 국산 항공기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항공산업 진입을 알렸다.
‘PE-210A 페가수스’는 오악사카 에어로스페이스(Oaxaca Aerospace)가 설계부터 제작, 시험비행, 인증까지 모든 과정을 자국 내에서 완료한 최초의 고정익 항공기로,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PE-210A는 외형상 단발 피스톤 트레이너 항공기로, 길이 약 7.4m, 날개 길이 약 8.8m 크기다. 전통적인 훈련기와 달리 후방 추진 방식(propeller pusher configuration)을 채택했으며, 탠덤 방식의 2인승 설계로 전투기 스타일의 시트 배치가 특징이다.
엔진은 미국산 라이커밍 IO-390 공랭식 4기통 수평대향 엔진으로, 기존 서킷 교육용으로 널리 쓰이는 시러스 SR20이나 이탈리아 테크남 P2010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
출력은 210마력이며, 연료 탑재량은 약 210리터, 시속은 약 300km로 순항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는 1,600km, 실용 상승 고도는 5,400m로 설계돼 초급 훈련기 이상의 성능을 확보했다. 연료 소비는 시속 65% 출력 기준 시간당 약 41.6리터 수준으로, 효율성과 유지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
오악사카 에어로스페이스는 2011년 멕시코 오악사카주에서 창립된 민간 항공기업으로 이번 항공기 개발에는 약 25명의 전문 인력이 투입됐다.
이들은 멕시코 과학기술위원회(CONACYT)와 미국-멕시코 과학재단(FUMEC)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 기술 네트워크 ‘TechBA’의 지원을 받아 설계 및 인증 과정에서 미국 항공연구소(NIAR), 스페인 마드리드 공과대학 등과 협업했다.
이 항공기는 고성능 군용 훈련기인 텍산(Texan)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면서도 도입 및 운용 비용은 대폭 낮춘 것이 강점이다. 오악사카 에어로스페이스는 2025년 멕시코 항공우주 박람회(FAMEX)에서 PE-210A의 실물 모형을 공개하며 첫 비행을 예고했다.
라울 페르난데스(Raúl Fernández) 대표는 현장에서 “내년부터 고객 주문을 받아 12개월 내 첫 인도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회사는 이미 후속 모델 개발에도 착수했다. ‘P-400T’로 불리는 차기 모델은 600마력급 엔진과 수납식 착륙장치, 대형 적재공간을 갖춘 다목적 항공기로 구상 중이다. 고급 항공전자장비(Garmin G1000)와 통신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며, 경화물 수송기 또는 군용 플랫폼으로 발전 가능성이 기대된다.
멕시코는 그간 북미 자동차 산업 공급망의 핵심으로 성장해왔으나, 항공산업에서는 후발주자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자국산 항공기의 등장으로 미국·캐나다와 함께 북미 3국 모두가 자체 항공기 제조 역량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실용성과 기술력을 앞세운 오악사카가 향후 멕시코 항공산업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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