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모든 꿈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꿈은 애초에 현실이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나고, 또 어떤 꿈은 실현 직전까지 가다가 무너진다. 노르웨이 스타트업 포드바이크(Podbike)의 ‘프리카(Frikar)’는 후자의 사례이다.
포드바이크는 전동자전거 시장이 막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기존의 두 바퀴 e-바이크를 넘어서 자동차와 자전거의 경계를 넘는 네 바퀴 차량이라는 더 큰 꿈을 꿨다. 프로토타입으로 공개된 이 차량은 ‘포드바이크’라는 이름으로 처음 소개됐고, 도시 내 이동성을 위한 가장 편리한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1년 포드바이크는 차량 명칭을 ‘프리카(Frikar)’로 바꾸고, 2023년 말 배송을 목표로 사전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Free car(자유로운 자동차)’라는 의미를 암시한 듯한 이 이름은, 일상적인 자동차가 겪는 주차, 혼잡, 오염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유형의 이동 수단이라는 정체성을 담고 있었다.
프리카는 대중과 언론의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속했던 2023년 배송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포드바이크는 완전히 사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제한적인 생산과 점진적 확장을 선택했다.
첫 배송은 노르웨이에서 시작됐고, 이어 독일, 2025년 1분기에는 스위스에도 배송이 이뤄졌다. 3월에는 벨기에, 노르웨이, 프랑스 고객에게도 여름까지 배송될 예정이라는 낭보가 전해졌다. 당시까지 프리카는 4,000건 이상의 예약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높은 가격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그러나 반전은 곧바로 찾아왔다. 5월 중순, 포드바이크는 공식 SNS를 통해 파산 신청을 발표했다.
“우리가 절대로 쓰고 싶지 않았던 게시글입니다. 수년간의 도전과 혁신의 여정 끝에, 이제 우리는 이 길의 끝에 다다랐다는 사실을 전하게 되어 가슴이 아픕니다. 이사회는 파산 신청 및 운영 중단이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간 프리카의 꿈을 응원해 준 고객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으며, 지난한 여정 속에서도 이와 같은 결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약금(예약자 한 명당 약 300유로 또는 340달러) 환불 여부나, 이미 차량을 수령한 고객들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스타트업의 파산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프리카가 특별했던 이유는 자전거 같으면서도 자동차 같고, 동시에 그 어느 쪽도 아닌 독특한 탈것이라는 ‘약속’에 있었다. “완전 밀폐형 도로 주행이 가능한 전기 자전거”라는 설명처럼, 프리카는 유럽 규정상 e-바이크로 분류되는 4륜 전동차였다.
프리카는 팝업식 및 탈부착식 캐노피를 탑재해 사계절 내내 이용이 가능했으며, 길이 2.3m, 폭 0.84m, 무게 100kg으로 사이클 도로와 일반 도로 모두에서 주행할 수 있었다. 뛰어난 시야 확보와 낮은 공기 저항 계수는 경주용 자전거보다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1인의 탑승자 외에도 어린이 한 명 또는 160리터의 적재 공간을 제공했다.
기술적으로도 독창적이었다. 체인 구동이 아닌 벨트 구동 시스템을 사용해, 페달을 밟으면 발전기를 통해 두 개의 모터를 작동시키는 구조였다. 주행 가능 거리는 한 번 충전 시 50~80km였으며, 추후 대용량 배터리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속도는 전자적으로 시속 25km로 제한되었고, 내리막길에서는 시속 60km까지 도달했으며, 50km를 초과하면 자동 제동 기능이 작동됐다.
와이퍼, 전용 앱 연동, OTA 업데이트 가능성 등도 더해져 ‘이동 수단 그 이상’이라는 포부를 담았다. “프리카는 단순한 차량도, 자전거도, 플랫폼도 아닙니다. 이는 미래의 일부이자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포드바이크는 이렇게 말했지만, 지금 그 미래는 좌초되었다.
프리카의 상용화 실패는 가격 요인이 크게 작용해다는 분석이다. 최초 출시가는 약 6,000유로(약 880만 원)였으나, 올해 마지막 업데이트 기준으로는 기본가만 11,000유로(약 1,615만 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추가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결국 프리카는 ‘탈것의 미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독창성과 가능성만큼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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