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7’, ‘747’, ‘787’ 등 보잉(Boeing)의 여객기 이름은 유독 숫자 ‘7’로 시작하고 끝나는 형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항공기에 관심이 없더라도 공항에서 한 번쯤은 접했을 이 숫자 조합은 사실 보잉이 70년 가까이 이어온 고유한 비행기 명명 체계다.
보잉이 이 같은 형식을 처음 도입한 건 1957년 출시된 ‘707’부터다. 당시 보잉은 제트 여객기에 ‘700번대’ 숫자를 부여하기로 했지만, 단순한 ‘700’보다는 ‘707’이 어감상 더 세련되고 기술적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학적으로 707은 45도 각도의 사인(sin)과 코사인(cos) 값(약 0.707)과 비슷해, 공학적 상징성까지 더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707은 기존의 직선형 날개가 아닌, 동체에서 뒤로 꺾인 ‘스웨프트 윙’ 설계를 도입해 항공기 디자인의 전환점을 이뤘다.
707의 성공 이후 보잉은 720, 727, 737, 747 등 숫자를 하나씩 올려가며 새로운 기종을 내놨다. 1998년에는 미사용 번호였던 ‘717’까지 활용하며 명명 체계를 보완했다. 현재 최신 기종인 ‘787 드림라이너’까지 보잉의 상용 항공기 대부분은 모두 ‘7X7’ 형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명명 방식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보잉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보잉의 ‘7X7’은 기술력과 신뢰의 대명사처럼 인식돼 왔다”면서 “지금 체계를 바꾸는 건 브랜드 정체성을 흔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797’ 이후에는 더 이상 사용할 숫자가 없다. 이후 신기종에 어떤 명칭이 붙을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보잉은 현재 노후화된 757과 767을 대체할 중형 여객기(NMA) 개발을 추진 중이며, 해당 기체는 797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보잉의 새로운 기종 개발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항공기 한 대를 처음부터 설계하고 양산에 들어가기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은 기존 기종의 개량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현재 보잉은 737 맥스와 777X 등 기존 모델의 품질 개선과 운영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보잉이 차세대 항공기를 출시할 시점에는 ‘7A7’과 같은 새로운 명명 체계를 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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