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와 협상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 현지보다 2000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하게 됐습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이윤모 사장은 볼보 소형 전기 SUV EX30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가격 책정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경쟁사도 놀랄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에 선보인 EX30은 재작년 11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뒤, 작년 상반기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고도화 문제 등으로 도입이 늦어지자, 아예 신형 모델로 출시하기 위해 2025년으로 날짜를 변경했다. 덕분에 이번에 최신형 모델로 출시하게 된 것이다.
EX30은 볼보자동차코리아가 당초에 예고했던 가격에서 최대 333만 원을 인하해, EX30 코어 트림은 4,755만 원, 울트라 트림은 5,183만 원에 출시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가격이다.
여기에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까지 더하면 서울시의 경우 코어 트림은 4,475만 원, 울트라 트림 4,903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 차급을 뛰어 넘는 세련미와 럭셔리
EX30은 ‘기능성을 갖춘 정직한 디자인’이라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을 기반으로 차세대 볼보 전기차의 패밀리 룩을 적용했다. 덕분에 간결하면서도 소형차답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새로운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를 적용한 전면부는 바디 컬러와 통합된 구조로 낮은 후드와 넓은 펜더, 범퍼 양 끝의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여기에 새로운 패밀리 룩의 일부인 하이 테일램프와 프레임리스 미러로 세련미를 더했다.
5인승 SUV로 설계된 차체는 전장 4235㎜, 전폭 1840㎜, 전고 1555㎜ 크기지만, 휠베이스를 2650mm로 키워 동급 최고 수준의 거주성을 확보했다. 실제 운전석에 앉아보면 1열이 생각보다 넓고 편안하다. 다만 2열 공간은 일반적인 소형차 크기라고 보면 된다.
# 하만카돈 사운드바 오디오 시스템 탑재
실내 구성에서 몇 가지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선 스피커를 차 문에 넣지 않고 사운드바 형태로 앞유리 아래에 모아서 배치했다. 덕분에 차 문에 여유로운 수납공간을 확보했고, 여러 개의 스피커를 넣은 일체형 사운드바는 몰입도 높은 음악을 들려준다.
이외에 실내는 가죽 대신 북유럽 소나무 오일로 만든 바이오 소재인 ‘노르디코’와 재활용 대님 및 플라스틱, 아마 기반 합성섬유, 재생 폴리에스터 울 혼방 소재 사용 등을 사용해 친환경적이면서도 쾌적한 느낌을 준다.
# 미끄러지듯 자연스러운 핸들링
시승은 도심과 고속도로를 적절히 혼합한 130km 구간을 2시간 동안 달렸다. 시승차는 고급형인 울트라 트림이다.
EX30은 국내에 출력 272마력의 후륜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의 코어와 울트라 2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배터리는 66kWh, 니켈코발트망간(NCM)에 200kW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최대 토크는 35.0kg.m으로, 정지부터 시속 100km까지 5.3초에 도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 중앙에 배터리를 배치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앞뒤 50 대 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으로 미끄러지듯 부드러운 차선 변경이 가능하고, 와인딩 코스에서도 오버스티어나 언더스티어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가속이나 감속은 전기차치고 부드러운 편이다. 전기차는 대부분 속도를 줄이기 위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강한 브레이크로 에너지를 회수해 몸이 앞으로 쏠리는데 반해, EX30은 내연기관차의 엔진 브레이크와 비슷한 느낌으로 부드럽게 속도를 줄여 이질감이 덜하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면서 속도를 급하게 올렸다. 고요하던 실내는 초고속 영역에 들어서면서 풍절음이 조금씩 커졌는데, 동승자와의 대화나 음악 감상을 방해할 수준은 아니다.
움직임은 상당히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빠르게 속도를 높여간다. 오르막길에서도 전혀 주춤거림이 없다. 출력이나 가속에 대한 부족함은 느낄 수 없고, 핸들링이 날카롭고 민첩해 운전이 재미있다.
# 한국에서 볼보의 인기 비결은?
볼보는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볼보는 지난해 1만 5000대를 판매해 렉서스와 아우디 등을 제치고 수입차 판매 4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볼보는 왜 우리나라에서 더욱 특별한 사랑을 받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국내 소비자의 정서에 맞는 주행 성향이다.
볼보는 유럽 혈통이지만, 유럽 특유의 민첩한 가감속과 자로 잰듯한 핸들링보다는 부드러움과 편안함, 정숙성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다. 이는 볼보가 가족과 함께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북유럽 특유의 문화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소비자들이 자동차에 바라는 요소들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편안한 시트와 귀에 착 감기는 고급 오디오, 북유럽의 실용적이면서도 안락한 거실을 옮겨 놓은 듯한 실내 인테리어는 국내 소비자가 볼보를 좋아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 다양한 첨단 기능과 한 가지 아쉬운 점
EX30에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빠진 점은 다소 아쉽다. 계기판이 따로 없고 대시보드 중앙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속도, 자동차 상태 등 모든 것을 확인해야 하는데, 주행 중 수시로 전방에서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자칫 답답하게 느껴질 소형차의 실내에 빛을 최대한 끌어들여 개방감과 함께 따스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한여름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림막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운전자들이 손에 꼽는 볼보의 장점 중 하나는 오디오다. EX30도 마찬가지로 1040W의 하만카돈 사운드바를 적용해 동급 최고 수준의 음악을 들려준다. 시승 내내 음악이 귀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다.
센터콘솔 아래 2개의 스마트폰 충전기를 배치했는데, 위에서 아래로 꽂는 방식이라서 험하게 주행해도 흔들림이 없이 충전이 잘 되는 것도 장점이다.
# 누구도 따라오지 못 하는 볼보의 안전
EX30은 유로앤캡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차답게 안전 주행이 가능하다. 운전대 상단의 센서가 운전자의 시선이 전방에서 벗어나면 운전에 집중하라고 경고를 보내고, 하품이라도 하면 휴식을 취하도록 유도한다.
이외에도 파일럿 어시스트는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에서 앞차와의 간격 및 차선을 정확하게 유지했고,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는 3차원 인터페이스 화면 조작으로 주차를 지원한다. 이 외에 문 열림 경보는 뒤에서 다가오는 차량과 사람, 자전거 등의 접근을 알려준다.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351㎞이며, 에너지 효율 등급은 복합 4.8km/kWh(도심 5.2/고속 4.4)이다. 최대 153kW의 급속충전을 통해 10~80%까지 약 2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더드라이브 / 조창현 기자 changhyen.ch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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