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쓰이는 탄소섬유가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
탄소섬유의 경량성과 강도 덕분에 특히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경량화를 위해 탄소섬유는 거의 필수적인 소재가 됐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은 탄소섬유를 ‘유해 물질(hazardous material)’로 분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제안된 폐자동차 지침(End of Life Vehicles Directive)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조치는 2029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유럽의회가 일부 예외 조항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는 탄소섬유 사용량을 줄이게 될 것이며, 고성능 자동차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탄소섬유 인테리어와도 작별을 고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외신들의 보도에 따르면 EU가 탄소섬유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폐기 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때문이다. 탄소섬유는 수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탄소 필라멘트를 수지(resin)로 접착해 형성되며, 이 소재가 폐차장에서 폐기될 경우 점차 분해된다.
이때 필라멘트가 침식되면서 전도성의 미세한 먼지가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되고, 기계 장치 내에 흡착되면 단락을 유발할 수 있다. 석면처럼 심각하진 않지만, 탄소섬유 분진이 피부에 닿거나 호흡기로 흡입될 경우 암이나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EU의 잠재적 금지 조치는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 제조사들에게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니케이 아시아(Nikkei Asia)에 따르면 일본의 도레이 인더스트리(Toray Industries)는 자사 자동차용 탄소섬유 매출의 약 50%를 유럽 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도레이 관계자는 “이 문제는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섬유 및 자동차 업계 단체들과 협력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납, 카드뮴, 수은, 6가 크롬 등은 이미 EU의 유해 물질 목록에 포함되어 있으나, 현재도 일부 제조 공정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탄소섬유는 예외적으로만 사용할 경우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탄소섬유는 자동차 부품 일부에 적용될 때보다, 주요 구조물을 대체할 때 그 설계상 이점이 극대화된다. 예를 들어,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Airbus)는 차세대 항공기에서 알루미늄 구조 부품을 복합재료로 대체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기업들은 탄소섬유의 경량화 이점을 활용하길 원하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덜 유해한 소재는 아직 찾아재지 못하고 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저작권자ⓒ 더드라이브(TheDrive).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