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노르웨이에서 테슬라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쳐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이를 활용한 기아의 광고 전략이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든 것이다.
기아 노르웨이는 자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전기 크로스오버 ‘EV3’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 속 차량에는 ‘일론이 미쳐버린 후 나는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After Elon Went Crazy)’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얼핏 보면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부착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아 노르웨이가 직접 기획한 마케팅이었다.
이 문구는 기존 테슬라 차량 소유자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일론이 미쳐버리기 전에 이 차를 샀다(I Bought This Before Elon Went Crazy)’라는 스티커를 패러디한 것이다. 최근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논란이 계속되면서 일부 테슬라 오너들이 실망감을 표출하는 가운데, 기아가 이를 재치 있게 활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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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 EV3와 일론 머스크 <출처=카스쿱스> |
하지만 이 광고는 테슬라 팬들과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테슬라 투자자인 소이어 메릿(Sawyer Merritt)은 X(구 트위터)를 통해 기아 노르웨이를 비판하며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차의 성능이나 장점보다 머스크에 대한 반감만을 강조한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논란이 커지자 기아 노르웨이는 지난 10일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머스크를 향한 기아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노르웨이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일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 1면에는 기아 EV4 세단 광고가 실렸다.
광고 문구는 ‘Voi näitä Elon päiviä’로, 이는 핀란드어로 ‘Voi näitä ilon päiviä(오, 기쁨의 나날이여)’라는 표현을 변형한 것이다. 즉, ‘기쁨(ilon)’을 ‘일론(Elon)’으로 바꿔 머스크를 풍자하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
최근 머스크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밈(meme) 차원을 넘어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나치식 경례 및 정치적 발언과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 효율성 부서(DOGE) 참여로 인해 공공 부문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테슬라의 유럽 판매량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올해 1월 테슬라의 유럽 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급감했다. 전기차 시장 전체가 성장하고 있는 상황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결과다.
주가 역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17일 70만 8700원까지 올랐던 테슬라 주가는 3월 10일 기준 36만 2700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머스크 관련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과 소비자 반응이 전기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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