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주도로 수입 자동차에 새로 부과된 관세는 외국 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시작됐지만, 미국 내 브랜드들이 가장 먼저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디트로이트의 3대 자동차 제조사로 불리는 GM, 포드,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차 185만 대를 판매했다. 이에 따라 관세 전쟁이 외국 자동차 브랜드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미국 브랜드에게 오히려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비용 상승과 수익성 보호를 위해 미국 내 생산 이전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
4월 2일부터 발효된 수입 자동차에 대한 신규 관세는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로 마련됐다. 하지만 문제는 자동차 산업의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은 자국 내에서 모든 모델을 생산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디트로이트 빅 3'는 185만 대의 수입차를 판매했는데, 이는 세 회사의 전 세계 판매량 중 약 13%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일본의 빅 3 자동차 제조사인 토요타, 혼다, 닛산은 미국에서 총 153만 대를 판매했지만, 이는 이들 회사의 글로벌 판매량 중 9%에 불과하다. 독일 브랜드인 폭스바겐 그룹, BMW 그룹,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미국 수입차 판매량은 전 세계 판매의 7% 수준이다. 다시 말해, 미국 브랜드들이 경쟁사 대비 캐나다나 멕시코 등에서 제조·수입해 판매하는 차량의 비중이 더 크다는 뜻이다.
JATO 다이내믹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트로이트 빅 3는 경쟁사보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훨씬 높다. 반면 유럽 및 일본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폭넓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브랜드는 제너럴 모터스(GM)다. 2024년 기준, GM은 현대-기아와 토요타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차량을 수입했다. 수입 모델은 GM 글로벌 판매의 18%를 차지했으며, 이는 세계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문제는 GM의 주력 시장이 북미와 중국이라는 점이다. 유럽 및 기타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는 만큼, 미국 시장은 GM에 있어 생존의 핵심 무대다. 이에 대해 JATO 다이내믹스의 글로벌 애널리스트 펠리페 무뇨즈(Felipe Munoz)는 “신규 관세 도입은 자동차 산업에 있어 또 다른 장벽”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물론 다른 브랜드들도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마쓰다는 2024년 한 해 동안 128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는데 이 중 34만 3,000대가 미국으로 수출된 모델이었다. 스바루는 미국 시장에 더욱 의존하고 있으며, 작년 전체 판매량 중 71%가 미국에서 발생했다.
무뇨즈는 또한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18개 중 14개사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고, 폭스바겐의 경우 미국 시장 매출 비중이 비교적 낮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폭스바겐을 비롯해 볼보, 현대-기아, 메르세데스, BMW, 스텔란티스, 도요타, 닛산, 스바루, GM 등은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생산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들이 결코 떠날 수 없는 시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보면, 트럼프의 구상이 전혀 근거 없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미국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자동차를 미국에서 생산하길 원하며, 이번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대다수 제조사는 생산지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 생산 모델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판매량이 하락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미국 브랜드 역시 출혈을 피할 수 없겠지만, 어쩌면 이 혼란 속에도 일종의 ‘계산된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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