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혼다, 미쓰비시의 합병 논의가 일본 자동차 산업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카를로스 곤(Carlos Ghosn) 전 닛산-르노 회장은 이번 합병이 단순한 협력이 아닌 ‘기업 학살’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닛산이 희생양이 되고 혼다가 합병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고 지적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 8월, 세 회사가 전기차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공유와 소프트웨어 개발 협력을 발표했을 때부터 이번 논의가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합병을 ‘위장된 인수(disguised takeover)’라고 표현하며, 혼다가 사실상 모든 권한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닛산은 현재 스스로 해결책을 찾지 못해 구조를 요청하는 상황이다. 혼다는 이를 통해 합병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며, 이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내가 19년 동안 이끌며 글로벌 선두로 올려놓았던 닛산이 결국 희생양이 되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합병이 이루어지면 양사는 지주회사를 통해 하나의 기업으로 통합될 예정이며, 이 지주회사는 도쿄 증시에 상장될 가능성이 크다. 혼다는 시가총액이 닛산의 약 4배에 달하는 만큼, 지주회사의 이사회 구성에서도 대부분 인원을 지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새로운 그룹이 탄생하면 토요타와 폭스바겐 그룹에 이어 전 세계 판매량 기준 3위 자동차 제조사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곤 전 회장은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며, 합병은 결국 비용 절감이나 중복 제거를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과정에서 희생을 치를 것은 닛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합병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평가했다.
혼다의 미베 도시히로(Mibe Toshihiro) 사장은 “양사가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합병 논의는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닛산은 11월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을 통해 9,000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생산 능력을 20% 줄이며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편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곤 전 회장은 “이런 조치만으로 닛산이 회생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일본 자동차 업계는 합병 논의와 구조조정의 여파 속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합병이 현실화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카를로스 곤의 날카로운 비판과 경고는 논란의 불씨를 계속 지피고 있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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