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X가 일반인 4명을 태우고 사상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의 극지 궤도 비행에 성공했다. 이는 단순한 지구 저궤도 비행을 넘어, 남북 방향으로 지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형태의 우주 탐사로 기록됐다. 이번 임무는 ‘프람2(Fram2)’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북극과 남극을 탐험한 노르웨이 탐험선 ‘프람호’에서 영감을 받아 명명됐다.
프람2는 지난 3월 31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로켓은 비행 후 바다 위 무인선 ‘어 쇼트폴 오브 그래비타스(A Shortfall of Gravitas)’에 무사히 귀환했으며, 유인 캡슐인 ‘크루 드래건’은 고도 약 440km 지점까지 상승해 지구 극지 궤도에 진입했다. 이 캡슐은 과거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 및 민간 우주비행에도 사용된 바 있다.
이번 임무는 단순한 우주 관광이 아닌 과학 연구 중심의 비행이다. 탑승자들은 총 22건의 과학 실험을 수행할 예정으로, 일부는 우주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실험이다. 대표적으로는 우주 환경에서의 혈류 제한 장비 테스트, 우주 버섯 재배, 우주에서의 인체 엑스레이 촬영 등이 포함된다. 창 너머로 오로라와 유사한 고고도 발광 현상을 관측하는 임무도 있으며, 이를 위해 직경 1.2m의 대형 창 ‘쿠폴라(Cupola)’가 사용된다.
탑승자들은 모두 우주 비행 경험이 없는 민간인들로 구성됐다. 비행을 주도한 인물은 몰타 출신의 비트코인 채굴 사업가 춘 왕(Chun Wang)으로 구체적인 비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수백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노르웨이 출신 영화감독 야니케 미켈센(Jannicke Mikkelsen)이 기장 역할을 맡았으며, 호주 탐험가 에릭 필립스(Eric Philips)와 독일 로봇공학 연구자 라베아 로게(Rabea Rogge)가 각각 조종사와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참여했다.
이번 비행은 또 다른 ‘최초’ 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귀환 시 스페이스 X 유인 캡슐 최초로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 해역에 착수하며, 회수 후에는 최초로 외부 지원 없이 탑승자들이 자력으로 캡슐에서 탈출할 계획이다.
극지 궤도라는 특이한 항로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기장 미켈센은 “우리는 전형적인 NASA 우주인이 아니며, 극지 탐험 정신을 우주로 확장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임무는 상징적으로도 ‘극한 탐험의 연장선’에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프람2는 스페이스 X의 여섯 번째 민간 유인 우주 비행으로, 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총 50명의 민간인을 지구 궤도에 보낸 바 있다. 스페이스 X는 이번 극지 궤도 비행을 통해 민간 우주 탐사 영역에서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리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화성 유인 탐사라는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다.
프람2 임무는 약 5일간 진행되며, 이후 귀환과 함께 관련 실험 결과 및 분석 자료가 공개될 예정이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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