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고무로 된 타이어 때문에 번개로부터 안전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고무는 낮은 전압에서는 좋은 절연체지만, 번개와 같은 높은 에너지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차량이 번개에 맞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결과는 차량의 종류뿐만 아니라 번개의 유형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는 구름과 지상 사이의 전하를 절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미국국립기상청(National Weather Service)에 따르면 “전하 간의 차이가 너무 커지면 대기의 절연 능력이 사라지고, 우리가 알고 있는 번개로 이어지는 급격한 방전이 발생한다”라고 한다.
대부분 자동차는 주로 금속으로 만들어졌지만, 사실상 번개가 칠 때 매우 안전한 공간이다. 이는 비행기가 번개에 맞았을 때와 비슷한 원리로, 전류가 차량 외부 껍데기를 따라 가장 저항이 적은 경로를 통해 지면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차량이 거대한 패러데이 케이지(Faraday cage, 외부 정전기 차단을 위해 기계 장치 주위에 두르는 금속판)처럼 작용해 탑승자는 무사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자와 승객이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해서 차량 자체가 무사하다는 뜻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경우에는 차량의 전자 시스템, 예를 들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디지털 계기판 등을 초기화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다.
외부 라디오 안테나가 장착된 차량이라면, 안테나는 번개를 유도하는 역할을 하게 돼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열선이 내장된 뒷유리 역시 깨질 위험이 있다. 타이어도 번개로 인해 발생하는 극심한 열로 인해 터질 수 있다.
차량이 오일이나 휘발유를 누출하고 있다면, 화재 위험 때문에 번개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 때문에 누유나 인화성 연료 증기가 없는 신형 차량이 오래된 고물차보다 번개로부터 더 안전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단, 신형 컨버터블 차량은 예외다. 컨버터블과 같이 지붕이 금속이 아닌 차량은 보호력이 떨어지지만, 지붕이 닫혀 있을 경우 그 차이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또한, 흥미롭게도 전기차 역시 내연기관차와 번개를 맞는 방식에 있어 특별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번개를 맞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운행 중이라면 가능한 한 빠르고 안전하게 도로 옆으로 차를 멈춰야 한다. 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후에는 차량 안에서 최소 30분 동안 가만히 앉아 아무것도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위험을 감수하고 차량에서 탈출해야 한다.
미국국립기상청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는 2,500만 회 이상의 번개가 지면을 강타한다. 또한, 매년 20~50명 정도가 번개로 인해 사망한다고 전해졌다.
사실 대부분 차량은 번개를 맞아도 무사히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운이 나쁜 일부 차량은 화상 자국, 유리창 파손, 타이어 파손, 전자장비 고장과 같은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번개는 세기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특히 강력한 번개는 차량을 수리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손시키거나 전손 처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23년 플로리다에서는 번개가 4세대 램(Ram) 픽업트럭의 창문을 뚫고 들어와 실내 시트를 불태운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차량은 주차된 상태였고, 내부에 사람이 없었다.
더드라이브 / 조윤주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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