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기대를 모았던 자율주행 택시가 점차 미국 전역에서 현실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공중 이동 수단으로 주목받은 '에어 택시'는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관련 산업에 희망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항공 모빌리티 스타트업 이항(EHang)은 자사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 기체가 중국 민항총국(CAAC)으로부터 유인 상업 비행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광저우와 허페이 등 일부 도시에서는 관광 목적으로 실제 탑승객을 태운 운항이 시작된다. 이항은 “중국의 저고도 경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라며 “도심 관광과 항공 관람, 상업적 유인 비행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항의 ‘EH216-S’ 기체는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완전 자율비행 방식이며, 최대 2명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최대 비행 고도는 약 3㎞, 최대 비행시간은 21분이며, 완전 충전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최대 비행 거리는 약 35㎞로, 사실상 도심 내 관광이나 짧은 거리 이동에 적합하다.
이항은 올해 초 유럽연합(EU)의 U-ELCOM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유럽 현지에서 시범 비행도 진행했지만, 아직 유럽 내 상업 운항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다. 대신 관광용 단거리 노선부터 시작함으로써 기존 교통수단과의 직접 경쟁을 피하고, 기술 신뢰도와 수요를 점차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 내에서는 사실상 경쟁 기체가 없어, 선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eVTOL 산업이 본격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광용을 넘어 ‘실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이 관건이다. 단순히 하늘을 나는 신기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시간 단축이라는 명확한 이점을 통해 고가의 택시나 헬리콥터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존 출퇴근 수단을 대체하려면, 가격 대비 시간 효율성을 증명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조비 에비에이션’과 ‘버진 애틀랜틱’이 이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두 기업은 공항과 도심 간을 연결하는 단거리 노선을 준비 중이며, 기존 90분 이상 걸리는 구간을 10분 내외로 줄일 계획이다. 예컨대 JFK 공항에서 맨해튼 헬리포트까지 10분 안에 이동하는 방식이다. 항공사들이 고급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프리미엄 셔틀 서비스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중적인 교통수단으로서의 확장성은 아직 불확실하다.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시간을 아끼려는 이용자가 얼마나 될지, 또 이러한 서비스가 지속 가능할 만큼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열쇠다.
관광 산업에 머무를지, 아니면 도심 교통의 대안으로 도약할지. eVTOL 산업은 이제 기술을 넘어서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검증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더드라이브 / 박근하 기자 auto@thedrive.onlythebestcho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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