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시각장애인이 도로 풍경을 ‘듣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개념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기아 사운드스케이프(Kia Soundscapes)’ 프로그램은 풍경을 소리로 바꾸는 AI 기반 감성 기술로, 운전 중의 경험을 시각장애인에게도 보다 몰입감 있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기아와 광고 회사 이노션이 함께 개발했으며, EV9에 탑재된 ADAS 센서와 AI 기반 인터페이스가 주변 풍경을 인식해 소리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산, 나무, 강, 돌 등 도로 주변 요소가 각각의 고유한 사운드 아이덴티티로 설정돼 있으며, 전문 작곡가와 음향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소리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나무나 덤불은 부드러운 목관악기로, 산은 저음의 공명음을 통해 웅장함을 전달한다. 차량 속도에 따라 음의 템포와 분위기도 달라지며,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풍경의 음악’을 완성한다.
기아는 해당 기술을 검증하기 위해 시각장애인 체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시범 주행을 진행했다. EV9 차량을 이용해 자연경관을 달리는 동안, AI가 생성한 사운드트랙이 실시간으로 재생되며 주행 내내 새로운 감각 경험을 제공했다. 실험에 참여한 두 사람 모두 “풍경을 소리로 상상할 수 있었다”라며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프로젝트는 뇌과학 연구 결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음악이나 소리가 뇌의 시각 피질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에 착안해, 청각을 통해 시각적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기아 유럽 마케팅 디렉터 데이비드 힐버트는 “기아 사운드스케이프는 기술을 통해 장벽을 허물고, 더 포용적이고 접근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는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영상 및 체험 당시 제작된 음악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며, 상업적 기능이 아닌 예술적 실험의 일환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향후 AI 기술이 자동차 사용자 경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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